같은 농장과 품종이라도 체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향과 질감이 달라진다. 가공법 이름은 껍질과 점액질을 언제 제거하고, 어떤 상태로 말렸는지 알려주는 첫 번째 단서다.
건조할 때 무엇이 남아 있는가
| 방식 | 공정의 핵심 | 함께 확인할 점 |
|---|---|---|
| 워시드 · Washed | 과피·과육과 점액질을 제거하고 파치먼트 상태에서 건조 | 점액질 제거에 발효·세척 또는 기계적 방법을 쓸 수 있다 |
| 내추럴 · Natural | 체리를 통째로 건조한 뒤 껍질을 제거 | 건조 속도, 뒤집기, 선별과 위생 관리가 중요하다 |
| 허니 · Honey | 과피·과육을 벗기고 점액질을 남긴 채 건조 | 실제 꿀을 넣는 것이 아니다. 생산자별 공정 차이가 있다 |
| 펄프드 내추럴 | 과육을 벗긴 뒤 건조하는 방식 | 허니와 공정이 겹치지만 모든 생산자가 같은 뜻으로 쓰지는 않는다 |
| 습식탈각 · Wet-hulled | 충분히 마르기 전에 파치먼트를 벗기고 추가 건조 | 워시드와 다르다. 인도네시아의 길링바사가 대표적이다 |
워시드는 향미의 윤곽이 명료한 커피, 내추럴은 과일·발효 계열의 향이 두드러진 커피를 찾을 때 유용한 탐색어다. 하지만 가공법만으로 단맛과 산미의 크기를 확정할 수는 없다.
‘과육의 당이 스며든다’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
가공 중에는 미생물이 영양분을 소비하고 새로운 물질을 만들며, 씨앗 자체의 대사도 변한다. 건조 조건과 시간까지 함께 작용한다. 따라서 내추럴 커피의 맛을 단순히 ‘과육의 설탕이 씨앗 안으로 스며든 결과’라고 설명하면 중요한 과정이 빠진다.
발효는 특별한 상품명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워시드와 내추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핵심은 발효의 유무보다 어떤 재료와 환경에서, 어느 정도로 통제했는가다.
무산소는 별도의 세 번째 축
‘무산소 내추럴’처럼 이름 두 개가 함께 쓰일 수 있다. 내추럴은 건조할 때의 열매 상태를, 무산소는 발효 환경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산소가 제한된 탱크를 사용했는지, 체리째 넣었는지, 과육을 벗겼는지, 미생물을 접종했는지에 따라 공정은 달라진다.
락틱, 탄소침용, 열충격 등도 생산자마다 세부 방식이 다를 수 있다. 공정 이름이 화려하다고 품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며, 강한 향이 곧 결점이라는 뜻도 아니다. 원하는 향미인지 직접 비교해 보자.
허니의 색과 몬순 숙성
화이트·옐로·레드·블랙 허니는 점액질과 건조 관리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쓰인다. 그러나 모든 국가와 생산자에게 통하는 고정 비율표는 아니다. 색 이름을 점액질 잔존율 몇 퍼센트와 일대일로 대응시키지 않는다.
몬순드 커피는 생두를 습한 계절풍 환경에서 후처리한 사례다. 내추럴·워시드처럼 체리 처리의 첫 단계만 가리키는 이름과 구분한다.
작은 비교 실험: 로스팅 정도가 비슷한 워시드와 내추럴을 같은 물, 같은 배합비로 내려 보자. 향의 종류, 산미의 느낌, 질감, 여운을 각각 적는다. 어느 가공법이 더 좋다는 결론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는 것이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