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가 나무가 자란 환경이라면 품종은 그 나무의 유전적 바탕이다. 품종은 수확량과 병해 반응, 재배 적응성, 향미 잠재력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봉투에 적힌 이름 하나가 잔의 점수나 맛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종과 품종을 먼저 나누자
아라비카는 Coffea arabica, 로부스타로 널리 부르는 커피는 Coffea canephora에 속한다. 서로 다른 종을 두고, 그 안에서 재배·선발되는 품종과 계통을 구분한다. 로부스타를 단지 ‘품질이 낮은 아라비카’라고 이해하면 원료와 가공의 다양성을 놓친다.
티피카와 버번은 아라비카의 역사에서 중요한 두 계통이다. 다만 모든 아라비카를 두 갈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에티오피아의 다양한 토착 유전자원과 교배·유전자 도입 계통을 함께 보아야 한다.
자주 만나는 이름
| 이름 | 계통을 이해하는 단서 | 봉투에서 읽을 때 |
|---|---|---|
| 티피카 · Typica | 널리 전파된 주요 아라비카 계통 | 유전적·역사적 이름이며 맛의 보증은 아니다 |
| 버번 · Bourbon | 여러 재배 품종의 바탕이 된 계통 | 적색·황색 등 열매색 표기와 로트 정보를 함께 본다 |
| 카투라 · Caturra | 버번에서 유래한 왜성 변이 | 나무의 작은 키는 재배 특성이며 콩의 품질 등급이 아니다 |
| 문도노보 · Mundo Novo | 티피카와 버번의 자연 교잡 유래 | 브라질 재배 역사와 연결해 이해한다 |
| 카투아이 · Catuaí | 문도노보와 카투라의 교배 | 적색·황색 이름만으로 맛의 우열을 나누지 않는다 |
| 파카마라 · Pacamara | 파카스와 마라고지페의 교배 | 큰 콩이라는 특징과 실제 컵 품질은 별도로 평가한다 |
| SL28 | 케냐에서 선발, 버번 관련 유전적 배경 | 가뭄 적응성으로 알려져 있지만 주요 병해에는 취약하다 |
| SL34 | 케냐에서 선발, 티피카 관련 유전적 배경 | SL28과 이름이 비슷해도 같은 품종은 아니다 |
| 게샤·게이샤 · Gesha/Geisha | 에티오피아 기원의 여러 이름 사용 사례가 있음 | 파나마 T2722 계통인지, 생산자와 로트가 무엇인지 살핀다 |
| 카티모르·사르치모르 | 티모르 하이브리드에서 이어지는 계통군 | 하나의 고정된 품종이나 맛으로 묶지 않는다 |
| 카스티요 · Castillo | 콜롬비아에서 육성한 병해 대응 품종 | ‘병에 강함’과 ‘맛의 우열’을 같은 척도로 보지 않는다 |
| 센트로아메리카노 · Centroamericano | T5296과 Rume Sudan을 교배한 F1 | 좋은 재배 관리와 지역 적응성을 함께 고려한다 |
이름이 비슷해도 같은 유전자는 아니다
게샤라는 이름은 여러 유전적 배경의 커피에 쓰여 왔다. 파나마의 T2722 계통은 잘 관리된 고지대에서 뛰어난 향미 잠재력으로 알려져 있지만, ‘게샤’라고 적힌 모든 커피가 같은 조건이나 특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항상 90점 이상’ 같은 표현보다 개별 로트의 정보를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Heirloom’ 역시 에티오피아 커피의 단일 품종명으로 보기 어렵다. 토착 계통을 넓게 가리키는 표기와 연구기관의 선발 계통 번호를 구분해 읽는다. 핑크 버번 같은 상업적 명칭도 이름만으로 부모 계통을 확정하지 않는다.
저항성과 면역은 다르다
커피녹병에 대한 저항성은 병원균과 재배 지역, 평가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렘피라는 온두라스에서 녹병에 취약한 것으로 확인된 사례가 있다. ‘하이브리드는 병에 면역’이라는 단정은 피해야 한다.
F1은 서로 다른 부모를 교배한 첫 세대다. 수확한 씨앗을 다시 심으면 같은 특성이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 증식 방식도 품종에 따라 다르다. 스타마야는 전문 종자 생산자가 종자로 F1을 생산할 수 있는 사례이지만, 농가에서 받은 씨앗을 그대로 다시 심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